엄격한 EU MDR 요구사항과 심사 지연
유럽의 의료기기 인증제도는 최근 몇 년간 대대적인 변화를 겪었습니다. 특히 MDR(의료기기규정, Medical Device Regulation) 시행 이후, Notified Body(NB)의 재지정 절차가 강화되면서 기존 심사자 상당수가 교체되었고, 그 결과 검토 역량의 공백이 발생하였습니다. 규정은 복잡해졌지만 심사자의 경험은 축적되지 못한 상태에서, 제조사들은 새로운 요구사항을 충족시키기 위해 더 많은 자료를 제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자료들조차 완성도가 낮거나 기술적 불일치가 잦아 심사 지연이 구조적으로 누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유럽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 FDA 역시 의료기기 Premarket 심사 과정에서 인력과 예산의 한계를 겪고 있습니다. 신고나 리콜이 발생해야만 행정이 작동하는 후행적 관리 시스템의 한계도 유사합니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 모두 공통적으로 법적 리스크 인식과 사후 제재의 실효성이 제도의 근간을 지탱합니다. 규정을 무시한 채 시장 진입을 시도하는 경우,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 불이익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의 상황도 예외는 아닙니다. 식약처는 한정된 예산과 인력으로 방대한 인증·심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비의료기기’로 분류되는 제품군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평가 여력이 부족해, 시장에서 의료기기 유사 제품이 안전성 검증 없이 유통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도의 의도는 ‘국민 건강 보호’이지만, 현실은 ‘행정 자원의 한계’와 ‘산업계의 실무 편의’ 사이에서 타협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는 완전히 무력하지 않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규제 체계는 점진적으로 균형을 찾아갑니다. 단기적으로는 느리고 불편해 보이더라도, 궁극적으로는 법을 지키는 기업이 시장 신뢰를 얻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아무 일도 없었으니 괜찮다”는 말은, 규제의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자기합리화입니다.
3줄 요약
1. 유럽 MDR 강화로 NB 심사 지연과 경험 부족이 병존하는 역설이 발생했습니다.
2. 미국과 한국도 인력·예산의 제약 속에서 비슷한 행정적 한계를 보입니다.
3. 단기적 혼란에도 불구하고, 규제를 성실히 준수하는 기업이 결국 시장 신뢰를 획득합니다.
'해외인증 > EU MDR'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뇌를 깨우는 기술’이 법의 심판대에 오르다 - 강화된 EU MDR이 던지는 메시지 (1) | 2025.10.19 |
|---|---|
| FDA보다 더 까다로운 미용 필러의 벽, EU MDR 인증의 현실 (0) | 2025.10.18 |
| Class IIb 등급 능동 의료기기, 정말 임상시험이 필수일까? (0) | 2025.10.17 |
| EU MDR Annex XVI: 미용기기 산업, 규제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0) | 2025.10.16 |
| MDR Annex XVI와 PRRC의 무게 (0) | 2025.10.1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