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깨우는 기술’이 법의 심판대에 오르다 - 강화된 EU MDR이 던지는 메시지

해외인증/EU MDR|2025. 10. 1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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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의 의료기기 규정(Medical Device Regulation, MDR)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뇌 자극 장치(neurostimulation device)에 대한 규제가 한층 강화되었습니다. 특히 2024년 개정된 Annex XVI는 의료 목적이 아닌 장치, 즉 ‘웰니스’ 혹은 ‘인지 강화’ 목적으로 판매되는 제품까지도 규제 대상으로 명확히 포함했습니다. 과거에는 ‘비의료용’이라는 이유로 자유롭게 판매되던 경두개 직류 자극(tDCS), 경두개 교류 자극(tACS), 경두개 자기 자극(TMS) 기기 등이 이제는 모두 MDR의 관리 아래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규제 변화는 단순한 행정 절차의 강화가 아니라, 인체 뇌에 직접 전기·자기 자극을 가하는 기술의 잠재적 위험성을 고려한 필연적 조치로 평가됩니다. 실제로 잘못된 자극 강도나 부적절한 사용은 두통, 어지럼증, 감각 이상, 심지어 발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MDR은 이들 장치를 위험도가 가장 높은 Class III로 분류하고, 임상시험을 통한 안전성과 유효성 입증을 의무화했습니다. 이제 제조사는 임상평가보고서(Clinical Evaluation Report, CER)를 제출해야 하며, 이는 공인기관(Notified Body)의 심사와 유럽 전문가 패널의 최종 검토를 거쳐야 인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현재 유럽 내에서 승인된 의료용 뇌 자극 기기들은 파킨슨병, 난치성 우울증, 강박장애, 뇌졸중 후 재활 등 다양한 적응증에서 임상적 효과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이는 뇌 자극 기술이 단순한 ‘정신 강화 기기’가 아니라, 정밀한 신경조절 의료기기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산업계의 시선은 복잡합니다. 강화된 MDR은 안전성 확보라는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그만큼 제품 개발 기간과 비용을 급증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의 경우, 고비용의 임상시험과 인증 절차가 혁신의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규제의 벽이 반드시 혁신의 적은 아닙니다. 오히려 안전성과 신뢰성이 확보된 기술만이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 ‘건강한 혁신 구조’를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 또한 유럽의 MDR을 단순히 모방하기보다는, 국내 임상·산업 현실에 맞는 위험도 기반의 합리적 규제 모델을 정립해야 합니다. 사용자 안전을 지키면서도 과학기술의 발전을 억누르지 않는, 균형 잡힌 접근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3줄 요약
1. MDR 개정으로 의료 목적이 아닌 뇌 자극 기기까지 Class III로 분류되어 임상시험이 의무화되었습니다.
2. 이는 사용자 안전을 위한 필수 조치이지만, 산업계에는 높은 비용과 진입장벽을 초래합니다.
3. 한국은 MDR의 원칙을 참고하되, 현실에 맞는 유연하고 위험도 기반의 규제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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