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MDR Annex XVI: 미용기기 산업, 규제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EU의 의료기기 규정(MDR, Regulation (EU) 2017/745)이 2021년 본격 시행되면서, Annex XVI를 통해 기존에 의료기기로 분류되지 않았던 미용·웰니스 기기들이 새롭게 규제의 틀 안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이는 소비자 안전을 확보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조치이지만, 실제 제조업체들이 직면한 현실은 훨씬 복잡하고 냉혹합니다.
Annex XVI는 고주파, HIFU(집속초음파), 레이저, 냉각기기 등 의료 목적이 아닌 미용기기들을 포함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제품들은 의료기기와 달리 ‘치료’가 아닌 ‘미용·비침습적’ 목적을 갖고 있음에도, 의료기기와 동일한 수준의 임상·인증 요구를 받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안전을 확보하려는 규제의 선의가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흔드는 딜레마를 낳고 있습니다.
현재 유럽 내 Notified Body(NB) 수는 MDR 시행 이전보다 크게 줄었으며, 인증 대기 기간은 평균 12~24개월 이상으로 늘어났습니다. 특히 Annex XVI 제품을 다루는 NB는 한정적이어서, 중소 제조업체들은 계약조차 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임상시험 요건 또한 현실과 동떨어진 수준입니다. 이미 수년간 시장에서 안전하게 사용되어 온 미용기기에 대해, 추가 임상시험을 동일한 의료기기 수준으로 요구하는 것은 과도합니다. 실사용 데이터(Real-World Data)나 소비자 경험을 규제 프레임 안에서 인정할 수 있는 유연성이 절실합니다.
한편, Annex XVI 제품군에 대한 Common Specification(CS)이 여전히 완전하지 않거나 해석이 모호한 경우가 많습니다. 각 제조업체는 NB나 국가별 권한당국(Competent Authority)의 해석에 따라 서로 다른 기준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EUDAMED 시스템의 완전한 가동 지연이 겹치면서, 제품 등록 및 추적 과정도 원활하지 않습니다.
이는 “규제를 지키지 않는다”는 문제라기보다, “지킬 수 없게 만드는 구조적 병목”의 문제입니다.
결국, EU는 Annex XVI의 목적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현실적 접근을 택할 수 있습니다. 첫째, 위험도 기반의 차등 규제를 도입해야 합니다. 의료기기 수준의 임상·문서 요건이 아니라, 미용 목적과 비침습적 특성에 맞춘 간소화된 절차가 필요합니다.
둘째, NB 인프라 확대와 중소기업 지원이 시급합니다. 인증 비용 보조, 디지털 인증 시스템 도입 등은 산업계의 실제 어려움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셋째, 산업과의 지속적 소통 구조가 필요합니다. 제조업체들은 규제를 회피하려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대응하고 있습니다. 규제 당국이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때, 비로소 Annex XVI의 진정한 목적 — ‘소비자 안전과 산업 발전의 균형’ — 이 실현될 것입니다.
3줄 요약
1. Annex XVI는 미용기기의 안전을 강화했지만, 의료기기 수준의 규제가 산업 현실과 맞지 않습니다.
2. NB 부족과 과도한 임상 요구가 제조업체의 인증 지연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3. 위험도 기반의 차등 규제와 산업과의 소통을 통해 현실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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