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속의 과학’ - EU 2022/2346 Annex VI가 던지는 미용기기 위험관리의 함정
EU 규정 (EU) 2022/2346 Annex VI에 명시된 Risks 항목을 보면, 단순한 물리적 안전성만으로는 위험관리를 수행할 수 없다는 점이 명확해집니다. 이는 인체의 생리적 시스템, 즉 면역·신경·심혈관·내분비 등 복잡한 생리 반응에 대한 깊은 이해가 전제되지 않으면 규제 요건을 충족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첫째, Annex VI에 포함된 기기들은 인체 내부의 생리적 반응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물리적 기계가 아닙니다. 에너지를 조직 내에 전달하여 혈류를 변화시키고, 염증 매개체를 조절하며, 세포 수준의 반응을 촉발합니다. 즉, 기계의 출력이 생리학적 ‘자극’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예측 불가능한 반응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단순한 물리적 안전 기준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둘째, 이러한 기기들은 ‘약리학적 위험’과 유사한 수준의 생리적 변화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에너지 기반 기기(예: RF, HIFU, IPL 등)는 조직 온도 상승이나 면역세포 활성화 등을 통해 호르몬 분비나 신경 자극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의약품의 부작용 평가처럼, 체계적인 생리학적 이해와 검증이 필수적입니다.
셋째, 목적이 미용이라 하더라도 인체에 가해지는 영향의 깊이는 의료기기와 유사합니다. 미용 목적이라 하여 규제 강도를 완화할 수 없으며, CE 인증 과정에서 Annex I(General Safety and Performance Requirements)과 Annex II~III(Technical Documentation)에서 동일한 수준의 과학적 근거가 요구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산업계는 이 과제를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다수의 미용기기 제조업체는 공학 중심의 인력 구조를 갖고 있으며, 약리·생리학 전문가가 부족합니다. 그 결과 위험관리 파일(RMF)에서 생리적 반응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임상시험 단계에서 “근거 불충분” 판정을 받는 사례가 빈번합니다. NB(Notified Body)의 평가에서 실패하면 위험관리 재작성은 물론, 전임상시험(동물시험)까지 다시 수행해야 하는 부담이 발생합니다.
규제 접근의 난점도 명확합니다. 임상시험의 허가권은 각 회원국의 CA(Competent Authority)가 갖지만, NB는 임상평가 문서를 서류심사 수준으로만 검토합니다. 제조업체가 NB에 자문을 구하더라도 실질적인 임상 설계나 시험 허용 기준에 대한 정보를 얻기 어렵습니다. CA 또한 개별 상담보다는 CRO 이용을 권고하지만, CRO 다수가 미용기기 분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실질적인 가이드라인 제공이 어렵습니다. 결국 산업계는 규제의 회색지대 속에서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실정입니다.
결국, 미용기기의 안전성 확보는 ‘공학적 제어’가 아니라 ‘생리학적 이해’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기술의 진보보다 중요한 것은, 인체가 그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이해하는 일입니다. Annex VI는 바로 그 본질을 상기시킵니다.
3줄 요약
1. Annex VI의 위험항목은 인체 생리 반응 유도 특성 때문에 생리학적 이해 없이는 위험관리가 불가능함을 의미합니다.
2. 미용기기도 약물 수준의 생리적·면역학적 위험을 가지므로 과학적 근거가 필수입니다.
3. 제조업계는 생리학 전문성 부족과 규제 소통 한계로 임상·인증 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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